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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시인 / 작산 사름
멍들거나 흠집 난 사과는 썩으려는 사과 칼로 깎으면 아플 부분만 남는다
옷장을 열다 보았다 어머니 수의 한 벌
작산 사름 울엄시냐* 눈시울 붉어진다 삼베같이 써넝한 어머니의 시든 손
상처는 미래에서 온다 그래서 사과는 붉다
*작산 사름이 울엄시냐: '작산 사름'은 어른이라는 말. 더 큰 사람이 어른답지 못하게 울고 있느냐. ** 써넝한: '자가운'의 제주어.
-《가히》 2023. 겨울호
서안나 시인 / 고구마를 삶으며
고구마를 삶다보면 제대로 익는지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쿡쿡 찔러보게 된다 나의 어머니도 열 달 동안 뱃 속에서 키워 세상에 내놓은 잎사귀도 덜 떨어진 딸년 잘 익고 있는지를 항시 쿡쿡 찔러보곤 하신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느냐? 차 조심해라 겸손해라 감사해라 고구마 푸른 줄기처럼 휴대폰 밖으로 넝쿨 져 뻗어 나오는 어머니
세상에 사나운 일 벌일까 봐 40이 넘어도 설익은 딸년 마음과 영혼 병들지 말고 제대로 익으라고 핸드폰 속에서 쿡쿡 찔러보는 어머니 뜨거운 아랫목에서 뒹굴거리며 알았다고요 귀찮은 듯 대답하는 뜨뜻하게 잘 익어가는 딸년
-《다시올문학》 200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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