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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시인 / 겨울 모과나무
저녁에 되어 아이 데리러 시립 어린이집엘 간다 철문 기웃이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서 잠시 窓에 이마 바싹 대고 어떻게 놀고 있나 內部를 들여다본다 잘 뵈지 않는다 그러다 잠시 돌아서서 마당 귀퉁이 어린 모과나무 가지들 만져보기도 한다 맨질맨질한 살갗이, 외출에서 돌아와 양말 벗으며 만지는 찬 발목 복숭아뼈께 같다
데리고 나온 아이 잠시 딴전피울 때 전지자국 아문 얇은 가지 사이사이 올려다보면 어린 별들 돋아 모과나무에 새로 돋는 매화 같다 가난한 집에 세든 세입자들
이런 이쁜 나무는 성욕 없이 平生 만날 수 있는 女子 같다 나는 잠시 내 老年을 훔쳐보고 아이 걸리어 모과나무로 걸어 들어갔다
'아빠 손톱달' '그래 손톱달' 리기다 소나무잎들이 품고 있는, '아빠 반달' 며칠 후 이런 말 하리라
장석남 시인 / 기억하지 말아야 할
그대 설움 옥수수밭. 기억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한치 더 자라 쑥덕이는. 강물 너무 쉽게 넘어오는 저녁 오랑캐. 식은 죽처럼 웃는 물의 밤. 젖은 옷을 입고 옥수수밭에 뒤척이러 들어가는 그대. 들이쉬는 숨 끝 물먹은 별. 나와 반씩 나누는 빛. 손바닥 펴 가슴 문질러 지워버릴 터이니 그대. 옥수수밭에서 나와 옥수수밭 다독여 재우고, 기억의 등뒤로 못 박아줘. 턱 빠진 기억 기억 뒤의 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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