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택수 시인 / 우정의 온도
컵을 씻다 컵 속에 컵이 끼었다 딱 붙어서 빠지질 않는다
우격다짐으로 떨어트리자면 둘 다 상처를 입겠지 빠져나오려 기를 쓰는 동안 금이 가거나 긁힌 흔적들이 내 손에까지 상처를 입힐 수도 있겠지
안쪽 컵엔 찬물을 붓고 바깥쪽 컵은 뜨거운 물 속에 담가 둔다 바깥쪽은 열기로 풀어지고 안쪽은 냉기로 오므라들면서 그 사이에 틈이 생기길 기다린다
더러는 서로 다른 온도가 필요하다 컵 속의 컵이 풀어지고 있다
손택수 시인 /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은 위험인물이 아니다 더 좋은 노동조건을 위해 쟁의를 하는 사람도 결국은 노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적어도 자신이 속한 세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루종일 구름이나 보고 할 일 없이 떠도는 그를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소유의 욕망 없이도 저리 똑똑하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 혼자서 중얼거리는 행인들로 가득 찬 지하철역에서도 그의 중얼거림은 단박에 눈에 띄었다 허공을 향해 중얼중얼 말풍선을 불듯 심리 상담과 힐링과 명상이 네온 간판으로 휘황하게 점멸하는 거리
어떤 슬픔은 도무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이 사라지자 혼자서 중얼거리는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찼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윤이 시인 / 소금이 온다 외 1편 (0) | 2026.01.26 |
|---|---|
| 최동호 시인 / 휘파람 외 1편 (0) | 2026.01.26 |
| 김제김영 시인 / 바람의 소속 외 1편 (0) | 2026.01.25 |
| 길상호 시인 / 닮은 사람 외 1편 (0) | 2026.01.25 |
| 황주은 시인 / 가마우지 외 1편 (0) | 2026.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