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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윤이 시인 / 소금이 온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26.
김윤이 시인 / 소금이 온다

김윤이 시인 / 소금이 온다

 

 

염전에 돌래돌래 붙어사는 이들은

반가운 손님처럼 소금이 온다고 말한다

바람 젖어서 물이 흔들리지 않고

햇볕 좋아야 알 굵은 소금이 온단다

불땀 좋은 솥 안의 물처럼

뙤약볕 아래 끓어올라 용도리치는 물결들

묵묵히 잠재워야 소금이 온단다

 

바람과 바다가 번갈아 말리고 씻기고 말리고 씻기고

소금 속에 들어앉은

한 줌 햇볕의 알갱이를 찾을 때까지

 

앙금으로 걸러지는 것들

점자처럼 오톨도톨 단단하게 여물어야

나올 수 있다는 듯

오랜 시간 하얗게 영글어간다

 

글이 되지 않는다며 나선 길,

제 속에 소금 품고 있는 먹빛 바다

경전처럼 가없이 펼쳐진다

깨끗하게 가래질 해놓은 벼루

비로소 건져지는 알 굵은 글씨들

 

굽은 허리 펴며 싯누런 굵은 이로

들려주는 말

소금이 온다, 야

 

아! 짜디짠 말씀이 온다

 

 


 

 

김윤이 시인 / 분절된 기억을 잇다

 

 

내가 사랑하는 붉은 방, 햇빛 서글픈

창문의 붉은 색지

그 방에 내가 깨어 있는 방

투덕투덕 화투를 칠 것 같은 이불 한 채

헙수룩한 경대 위엔 오래된 티비와 재떨이가 놓여 있는

엷은 병내를 풍기는 방

내 방을 당신이 조금씩 여는

내가 생에 대한 느낌 없이 당신을 재우고

잠시라도 다시 내 방으로 놔두고 싶은 방

눈을 감아도 내 눈두덩 감아 도는

붉은 방, 하루도 못 견뎌 내안으로 잦아드는 그림자

여닫이 창문을 열면

내 방도 내 몸도 검붉은 물 흘리는

누추한 나의 입술이 다시 붉어지고

내가 나만을 사랑하게 누군가 날염하며 휘젓는 방

그 방에 언제 봄꽃이 피지?

붉게 울먹이다 방문을 닫아건 방

하루치 숙박료를 받으러 오는 달소리

 

 


 

김윤이 시인

1976년 서울 출생. 본명: 김윤희. 서울예대 및 명지대 문예창작과 졸업 및 동 대학원(현재-박사과정).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독한 연애』 『다시없을 말』. 평론집 『메타버스 시대의 문학』.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역임. 현재 〈시힘〉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