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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이 시인 / 소금이 온다
염전에 돌래돌래 붙어사는 이들은 반가운 손님처럼 소금이 온다고 말한다 바람 젖어서 물이 흔들리지 않고 햇볕 좋아야 알 굵은 소금이 온단다 불땀 좋은 솥 안의 물처럼 뙤약볕 아래 끓어올라 용도리치는 물결들 묵묵히 잠재워야 소금이 온단다
바람과 바다가 번갈아 말리고 씻기고 말리고 씻기고 소금 속에 들어앉은 한 줌 햇볕의 알갱이를 찾을 때까지
앙금으로 걸러지는 것들 점자처럼 오톨도톨 단단하게 여물어야 나올 수 있다는 듯 오랜 시간 하얗게 영글어간다
글이 되지 않는다며 나선 길, 제 속에 소금 품고 있는 먹빛 바다 경전처럼 가없이 펼쳐진다 깨끗하게 가래질 해놓은 벼루 비로소 건져지는 알 굵은 글씨들
굽은 허리 펴며 싯누런 굵은 이로 들려주는 말 소금이 온다, 야
아! 짜디짠 말씀이 온다
김윤이 시인 / 분절된 기억을 잇다
내가 사랑하는 붉은 방, 햇빛 서글픈 창문의 붉은 색지 그 방에 내가 깨어 있는 방 투덕투덕 화투를 칠 것 같은 이불 한 채 헙수룩한 경대 위엔 오래된 티비와 재떨이가 놓여 있는 엷은 병내를 풍기는 방 내 방을 당신이 조금씩 여는 내가 생에 대한 느낌 없이 당신을 재우고 잠시라도 다시 내 방으로 놔두고 싶은 방 눈을 감아도 내 눈두덩 감아 도는 붉은 방, 하루도 못 견뎌 내안으로 잦아드는 그림자 여닫이 창문을 열면 내 방도 내 몸도 검붉은 물 흘리는 누추한 나의 입술이 다시 붉어지고 내가 나만을 사랑하게 누군가 날염하며 휘젓는 방 그 방에 언제 봄꽃이 피지? 붉게 울먹이다 방문을 닫아건 방 하루치 숙박료를 받으러 오는 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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