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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용 시인 / 日月일월
냉기를 먹는 다람쥐 한 마리 겁에 질린 눈으로 바스락 시방, 햇살이 먼저 야산을 하얗게 먹고 있다 지금부터 궁핍을 산오름에 지피는 달 어디선가 푸후후후! 담홍색 과실이 내내 거주하다 떠난 곳 과즙이 아직 공중에 머물러 있다 녹청색 당신이 숲을 비운 사이 바람에 익숙한 나의 흔적이 널려있다 모두가 쓸쓸한 갈대는 가을 강이 온기를 말아 올리자 쓰다 남은 절기 속에 구애가 절절하다 허밍을 부르던 빈터 위 달이 먼저 간밤에 기울어져 갔다 너도밤나무에 달린 철딱서니 등 돌린 계절과 화해하는 동안 당신을 끌고 앉은 야산의 궁리 반 모금의 볕으로 언덕배기를 덥혔는가 얼레, 다람쥐 한 마리 갇힌 덫 속에서 이제 또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
한경용 시인 / 아침과 이별을 하다
언제나 승자인 그가 빛무리의 유리벽을 나갈 때 나는 그의 산 그림자에 묻힌 음지식물이었다.
그가 강의실에서 바오밥나무를 말하고 있을 때 나는 벤치에서 시간의 나무를 자르며 나이팅게일의 울음을 귀로 마셨다.
한 번은 그가 투우 조련사처럼 경기장을 제압한 날, 나의 오토바이는 미루나무에게 위로 받으며 부스러기 잠을 잤다.
나에게는 오지 않는 간절한 환희가 냄새 없는 햇살로 그 곁에서만 맴도는 것인가.
그의 지식이 소금 창고가 되어 환호를 받을수록 눈 속에 무거운 바다를 넣고 다닌 나,
그가 장미원에서 들국화를 그리워할 때 굴곡이 심한 나의 못물은 차디찬 구름꽃으로 내 얼굴을 그려 주었다.
그믐이 저만큼인데 연극무대를 내려오는 내게 행방불명 된 내 속의 누군가 알람으로 알려준 인형에게도 생일이 있다는
애완견이 떠도는 길에서 나는 천사의 책을 태우고 달을 싣고 가는 마차에서 노을을 탄 커피를 마셨다.
나는 아침마다 이별한다. 버려졌거나 찢어진 계급장과 쓰러진 침대, 검은 예복의 지난날들을 파도는 언제나 골짜기로 밀려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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