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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시인 / 바람의 동거인
낙원 떡집 옥상엔 한 장의 계약서도 없이 바람과 동거하는 사내가 있네
문틈으로 밀린 세금고지서가 빗물처럼 스며들고 슬픔이 찰랑거리며 받쳐놓은 고무다라이를 넘치곤 하네 마지막 남은 오천 원으로 복권을 사들고 어젯밤 폭포수처럼 울던 사내 헛도는 피댓줄 같은 헐거워진 생 앞에 짜거나 질척한 떡 반죽이 되는 사내 희망을 섞어 재 반죽을 시도하네 온몸으로 생을 걸쭉하게 치대며 철썩 처 얼 썩 두들겨 맞네 떡 시루에 사내의 눈물이 콩고물처럼 사이사이가 채워지네 찰진 아픔들이 차곡차곡 떡시루에 앉혀지고 뜨거운 수증기가 안개 같은 눈속임으로 상처들을 켜켜이 쪄내고 있네
조각조각 잘라져 포장되어 가판대에 놓이는 사내 낙원떡집에선 무지개떡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네
김경선 시인 / 9회말 투아웃
출전 사인이 떨어졌다 내 마지막 등번호는 신용불량 생을 다초점으로 조명한다는 작전이었지만 한쪽으로 쏠린 생은 회복불능이다 절망은 마운드에서 기세등등하다 이 지상에서 아웃 될 우선순위 9회말 투아웃 만루홈런은 로또복권이다 돌진하는 마구는 독을 품고 나를 노려본다 꼼짝없이 두려움에 갇혀 엘로우100 마젠다 30 오렌지 빛 슬픔, 두려움의 색깔로 나를 겨냥한다 희망은 더 이상 안타를 날릴 수 없는가 도루는 파랗게 질려 떨고 있다 절망은 넉살만 늘어 비대해졌다 잡아줄 수비수는 보이지 않는다 9회말 만루 홈런을 노린다 로또복권은 자동 A 구, 사, 일, 생, 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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