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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재 시인 / 동물입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제가 제일 똑똑해요 치마를 버리고 이젠 어느 방에서 시작할까요 문이 열렸으니 간단한 몇 가지 동작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폭삭, 망한, 연극, 무한 반복 신발을 버리고 간격을 좁히는 시간 걸음마부터 위험했어요 등을 밟는다는 건 칼을 꽂는 일이죠 배를 움켜잡고 습관처럼 웃어요, 뿌리라는 말은 참 질겨요 물끄러미 조롱하는 얼굴을 보는 표정처럼 눈이 열렸으니 성능 좋은 소리를 꺼내 미끄럽다는 말처럼 실수 같은 거 하지 말고 급정거, 급정지, 급사 아름다워라 조롱조롱 매달린 폭언들 체온을 더듬으며 발은 아직 바깥에 있는데 구급차가 왔습니다 벌써 몇 번째 자해입니까 몇 번째 질문입니까
석민재 시인 / 귀문관살
닭이 죽었어요
누가 나를 만지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침대 밑으로 굴러간 단추를 찾는 동안
누가 꽃을 가져다 놓았어요
자꾸만 빨라지는 발걸음이 노래가 되고 날개가 되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춤이 되고
주파수가 맞지 않는 곳에서 춤을 추고 있어요
엄마는 이삿짐을 싸고 아빠는 불을 지르고 나는
못 본 지 오래된 사람들의 집으로 왔어요
비는 우릴 젖게 해요, 비는 우릴 젖게 해요,
누군가의 이름을 비처럼 부르면 젖어 가는 동안
닭은 누가 죽이고 꽃은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요
접시 깨지는 소리처럼 처음 발음해보는 낱말들......
이건 무중력, 이건 무기력,
끝을 느끼지 못하는 발과 칼의 무기력
별것 아니에요
손대기 전에 툭 떨어지는 단추처럼 내 머리는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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