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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미 시인 / 동백에 들다
불현 듯, 눈발 흩날리는 서늘한 그날에
겨울 길목을 건너온 청빛 바람이 빠른 심육분음표를 찍고 있다
첫사랑 풋풋한 속살에 환한 통증이 느린 음조로 번지고
순님이 핏방울 움찔거리며 뜨겁게 바투바투 조바심을 내는데
목젖 타오르는 어느 눈 먼 순간에 모두었던 속울음 마지막 고백처럼 쏟아낸다
먼저 사랑하고 목숨의 결대로 끝까지 사랑하라! 고
가장 빛날 때 툭―내려놓는 쓸쓸하게 찬란한
붉은 우주의 소멸이여
문현미 시인 / 쌀에서 살까지의 거리
말끔하게 마당질한 알곡에 언틀먼틀 불거진 한 생의 부스러기를 섞는다
표정 없는 일상의 손에 휘둘려 농부의 피살이 땀과 눈물과 애간장이 부옇게 씻겨 나간다
살아있는 저음과 모음의 배반을 꿈꾸며 먼지 풀풀 날리는 하루를 지탱해 줄 밥솥 안으로 땅의 경전을 집어넣는다
작은 우주 안에서 볼, 물고문을 견디며 기꺼이 우리들의 더운 피가 되어 주는 한 톨의 쌀
나도 누군가의 입안에서 달콤하게 씹힐 저녁 밥 한 끼라도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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