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권순해 시인 / 염불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9.
권순해 시인 / 염불암

권순해 시인 / 염불암

 

 

스님이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혀에 박힌 가시를 뽑고 있습니다

 

빗자루 끝에서

 

꼬인 심사가 풀어지고 있습니다

 

후박나무 그늘은 점점 짧아지고

 

산신각을 돌아 나온 바람이

 

아직 비질 자국이 남아 있는 절 마당에

 

경전 한 구절 부려놓고 갑니다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권순해 시인 / 봄, 바람 봄바람

 

 

바람이 분다

이불을 빨아서 널고

하얗게 날리는 꽃잎 바라보다

집을 나선다 갈색 머리카락의 젊은 여자 따라

건널목을 건너고 몽블랑에서

녹색 크로와상 두 개를 산다

 

책방 한 귀퉁이 더듬거리다가

지금은 세상에 없는 시인의

유고시집 한 권 산다

 

바람이 분다

본색을 드러내는 저 기분은 어떻게 측정하지

땅끝마을에서 문자 한 통 날아왔을 뿐인데

바람이 분다

봄이 분다

 

-시집 『마음을 다녀간 누군가의 흔적처럼』

 

 


 

권순해 시인

1957년 경북 대구 출생. 2017년 《포엠포엠》으로 등단. 시집 <가만히 먼저 젖는 오후>. 2018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시치미〉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