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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해 시인 / 염불암
스님이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혀에 박힌 가시를 뽑고 있습니다
빗자루 끝에서
꼬인 심사가 풀어지고 있습니다
후박나무 그늘은 점점 짧아지고
산신각을 돌아 나온 바람이
아직 비질 자국이 남아 있는 절 마당에
경전 한 구절 부려놓고 갑니다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권순해 시인 / 봄, 바람 봄바람
바람이 분다 이불을 빨아서 널고 하얗게 날리는 꽃잎 바라보다 집을 나선다 갈색 머리카락의 젊은 여자 따라 건널목을 건너고 몽블랑에서 녹색 크로와상 두 개를 산다
책방 한 귀퉁이 더듬거리다가 지금은 세상에 없는 시인의 유고시집 한 권 산다
바람이 분다 본색을 드러내는 저 기분은 어떻게 측정하지 땅끝마을에서 문자 한 통 날아왔을 뿐인데 바람이 분다 봄이 분다
-시집 『마음을 다녀간 누군가의 흔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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