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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심상운 시인 / 겨울 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11.
심상운 시인 / 겨울 밤

심상운 시인 / 겨울 밤

 

 

슬픔도 아주 오래 두르고 살면

맑고 깊은 거울이 되느니

그리움도 아주 오래 마음속 곳간에

두고 살면 향기로운 술로 익느니

그 술 걸러내어 거울 속 님과 함께

조금씩 마시고 시픈

내 겨울밤의 꿈

 

 


 

 

심상운 시인 / 보이지 않는 손

 

 

비온 뒤

생선 비늘처럼 싱싱하게 번쩍이는 잎사귀들

 

말은 이미 쓸모가 없다.

다만 바람과 물과 연록으로 반짝이는

빛의 조각들이

제각기 살아 움직이는

이 찬란한 사태事態 속에

숨어 있는 손

 

풀과 나무들이 제각기 터뜨리는

수천 색깔의 웃음소리를

연주演奏하는

보이지 않는 손과 만난다

 

 


 

심상운 시인

1943년 강원도 춘천 출생.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4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고향산천』 『당신 또는 파란 풀잎』 『녹색 전율』 등. 시론집 『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 사단법인 한국 현대 시인협회 회장 역임, 제20회 시문학상 수상. 제11회 정문문학상 수상. 전 중등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