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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빈 시인 / 모자
나는 막내로 태어나 귀염을 받았다 그러나 심심함이 부록처럼 따라다녔다
텅 빈 마당에서 지나가는 개미를 건드려 보다가 소쿠리를 뒤집어쓰고 누렁이에게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화 신은 딱정벌레 이야기
그때 눈을 끔뻑이며 내 말을 듣던 누렁이는 우리 집 가난을 혹처럼, 달고 다니다가 별이 되었다
가난을 얼기설기 꿰매서 입는 우리 집을 탈출한 것이다 손 있는 날이었다 그날 밤에도 나는 누렁이가 UFO를 타고 떠났다는 생각을 지었다
이제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그것이 제일 걱정되는 밤이었다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신작시> 에서
문화빈 시인 / 잘가요, 반딧불이
그 밤 별빛이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데네브에서 편지가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사랑과 적멸의 시간이 왔다. 지상에 부질없는 답신들이 날았다.
가볍게 날아오른 한 별이 잠깐 무겁게 날아오른 한 별이 잠깐 어두위서 찬란했던 그 때 허공의 팔을 베고 있다는 것도 잊고 맹목의 정열을 태웠다.
감당할 수 없는 가벼움에 멀미를 앓다가 고통의 두꺼운 막을 찢으며 추락했지만 떨어지는 빈 허공에서 기울기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
비틀거리고 구겨질 때 종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고 그 소리에 떠밀려 아침은 오고야 말았다.
그들은 찰나로 만나 적막한 홍수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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