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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영춘 시인 / 돌무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17.
이영춘 시인 / 돌무덤

이영춘 시인 / 돌무덤

 

 

울다 잠든 아이처럼

 

슬픔을 안고 잠들어 있다

 

풀숲을 날던 새들이

 

신발 한 짝 물고 간다

 

허공에 뜬 초승달처럼

 

누가 울며 간다

 

 


 

 

이영춘 시인 / 시간의 저쪽 뒷문

 

 

어머니 요양원에 맡기고 돌아오던 날

천 길 돌덩이가 가슴을 누른다

 

“내가 왜 자식이 없냐!” 절규 같은 그 목소리

돌아서는 발길에 칭칭 감겨 돌덩이가 되는데

 

한때 푸르던 날 실타래처럼 풀려

아득한 시간 저쪽, 어머니 시간 속으로

내 살처럼 키운 아이들이 나를 밀어 넣는다면

 

아, 어찌해야 하나

은빛 바람결들이 은빛 물고기들을 싣고 와

한 트럭 부려 놓고 가는 저 언덕배기 집

생의 유폐된 시간의 목숨들을

 

어머니의 시간 저쪽 뒷문이 자꾸

관절 꺾인 무릎으로 나를 끌어당기는데

 

 


 

이영춘 시인

강원도 평창 봉평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과 및 同 대학원 졸업.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시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슬픈 도시락』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 시선집 『들풀』『오줌발,별꽃무늬』 등.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