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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시인 / 물고기 텍스트
물고기들의 정거장이 있다 누구도 정거장이라 생각하지 않는 여름의 빛이 도착하는 파도 물결 위에 잠깐 정거장이 선다 수면을 흔드는 물고기들의 은빛 비늘 그 빛으로 잠시 열린 정거장을 이루는 고기 떼 정거장 자신인 물고기들 다른 언어로는 읽어낼 수 없는 물고기 정거장에서 물고기들은 완성되지 못할 기호를 그린다 기호 속을 헤엄친다 쓰고 지우고 비추고 멈추는 순간순간의 텍스트 거기가 세계의 끝이라는 걸 알까 세계는 그때 얇은 피부이며 물이겠지 잠시지만 세계가 자신을 드러내는 물의 대기 모든 기호는 그렇게 묶여 있는 정거장일지도 모른다 물고기들이 바쁘게 그 순간의 정거장을 열고 닫는다 어떤 언어도 수확하지 않는 것이 세계라니 누구도 먹이지 못하고 잠시 멈추었다 떠나는 떠나기에 풍성한 살의 신호들 거기에서 모든 언어는 헤엄쳐 이별한다 가끔 그쪽으로 손을 흔드는 소녀들이 있다 건너가지 못하는 수평 쪽으로는 손을 흔들어주어야 이별할 수 있다는 걸 그 소녀들만이 알고 있는 걸까 바닷가 어느 언덕 아래를 지나가는 버스의 창문은 그래서인지 빛에 조금 젖어 눈부시다 소녀들은 물고기의 눈처럼 물을 본다 파도는 정거장을 세운 빛으로 정거장을 허문다 물거품을 맞으며 다시 수심으로 돌아가는 은빛의 지느러미들 버스는 서지 않는 버스의 차창이 빛나고 있다 손을 흔든 소녀들의 노트에 두 마리의 물고기가 그려졌다
김학중 시인 / 가족들은 뷔페를 먹는다
가족들은 뷔페를 먹고 비워진 접시들은 대화를 한다 음식찌꺼기와 얼룩들로 보내는
접시와 접시 사이의 친밀한 신호들 그 사이 가족들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것은 말로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 똑 같은 모양의 접시들은 가족보다 가족 같아서 뷔페의 직원들은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빈 접시들을 치워간다 접시들은 서로의 얼룩을 껴안으며 포개진다 가족들은 각각 테이블에서 일어나 새로운 접시를 찾아들고 자리에 앉아 담아온 음식을 먹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은 점점 빨리 접시를 비우고 서로의 눈에서 서로를 비운다 뷔페의 다양한 음식을 찾는 가족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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