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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희국 시인 / 모르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5.
이희국 시인 / 모르새

이희국 시인 / 모르새

 

 

새가 짹짹대며 노래하고 있다

예전엔 곡조가 깊었는데

구슬픔을 잃었다

깊이가 뭐야?

배고픔이 뭐지?

왜 울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말문 잃어버린 어미 새

울타리 밖 저편의 산만 바라보고 있다

—저 산만 넘으면 되는데……

혼자서만 중얼거리며

 

-시집 『파랑새는 떠났다』에서

 

 


 

 

이희국 시인 / 겨울 호수

 

 

그 푸르던 얼굴이 꽁꽁 얼었다

돌멩이 하나 던지면

호수의 입술에 부딪혀 쩡,

혹한의 파장만 가슴에 돌아온다

호수에 뜨던 그 많은 별도

출렁이던 나무들도 곁을 떠났지만

물속의 것들

추울수록 꼭 껴안고 단단해진다

남풍이 불어올 날 기다리며

저편과 이편을 이어주는 몸짓들

얼어붙은 호수를 열 수 있는 것은

돌멩이가 아닌

따스한 봄의 입김이다

 

-시집 『파랑새는 떠났다』에서

 

 


 

이희국 시인

1960년 서울 출생. 2017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파랑새는 떠났다』 『다리』 『자작나무풍경』. 공저 『씨앗의 노래』 외 다수. 한국문학비평가협회작가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재정협력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월간 문예사조 편집위원회 회장. 약사, 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