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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시인 / 독락獨樂
사대육신 오장육부도 각기 딴 주머니를 차고 있어야 한 숨통으로 두근거리지
들숨과 날숨도 서로 어깃장을 놓아야 비로소 말문 터져 소곤거리지
간혹 외로움이 짐승처럼 울부짖더라도 당신, 속 겹겹의 빗장 걸어 가둬 두시길
죽어 합장할 무덤도 칸칸 두 구덩이로 나뉜 뒤에야 한 봉우리로 솟아 오르지
김선아 시인 / 절벽한계선을 부탁해
가파른 절벽 아래에서 때때로 수직을 수평으로, 수평을 수직으로 회전시켜 편집하는 영화의 한 기법을 떠올려본다.
시지포스….
어제는 하다 하다 천지신명께 절벽한계선 설치를 부탁했다.
세상천지 수목들아, 이파리 모두 벗어 절벽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수평 맞춰 줄래? 화초들아, 누구도 근접 못 하게 잉잉대는 말벌 떼로 풀어 절벽을 저기 태평양 한가운데로 몰아내 줄래?
간신히 절벽 위에 올려놓았던 천길만길 출근용 검은색 백팩 속에 언제 들어갔나? 꼭두새벽부터 또, 알람이 시끄럽다.
생업은 연중무휴 외롭고 두려운 길에 콧노래 섞어 줄래? 깜깜한 밤길에 햇살 뿌려 줄래? 독수리 부리 속 내 심약한 평화를 자유롭게 풀어 줄래?
시지포스……. 힘들이지 않고도 힘쓰는 법을 알아챘으면 좋겠다.
자꾸만 오늘이 왔다. 이번 오늘은 자그마한 에코백을 메고 출근했으면, 경쾌하게 시폰원피스 입고 퇴근했으면,
좋겠다. -웹진 『시인광장』 2025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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