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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광석 시인 / 신기루 마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3. 1.
오광석 시인 / 신기루 마을

오광석 시인 / 신기루 마을

 

 

오늘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낯선 세상이 열린다

사막 너머에

바라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떠다니는 마을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밑동 근처에 한가로이 앉아

졸고 있는 할아비가 보인다

담 없는 아담한 집들이 늘어서서

마당에 널린 빨래들이 산들거린다

마을 광장엔 맑게 웃는 아이들이

개와 함께 뛰어논다

머물 집은 어디 즈음일까

단칸방 하나 부엌 하나면 족해

주위를 둘러보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친다

뒤돌아보니 위층 아저씨가

먼저 떠나기를 요청한다

기꺼이 양보하고 돌아보면

마을은 사라지고

열린 아파트 현관문이

나를 재촉한다

 

 


 

 

오광석 시인 / 밤을 걷는 도깨비

 

 

 머리에 뿔난 도깨비가 공동묘지 같은 밤을 걷네 비석처럼 세워진 아파트 사이를 헤매면 석문처럼 새겨진 창문마다 붉은 불이 반짝이네 도깨비는 붉은 눈을 부라리며 방망이를 돌리며 창문마다 고개를 들이 미네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숨었나 밤마다 무서워 잠 못 이루는 어른들 사각의 공간에 갇혀 꿈을 잊은 어른들 방구석 침대 밑 장롱 속을 부라리며 뒤지네 깨어 있는 어른들의 머리를 내리쳐 꿈의 세계로 보내는데 잠든 아이들은 어른들의 꿈들을 먹고 자라네 아이들이 먹어 버린 꿈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붉어진 눈을 비비는 도깨비 뿔 속에 담아 둔 꿈가루를 묻혀 방망이를 두드리네 밤마다 아파트 창문들 사이를 헤매며 방망이를 두드리네 머리에 뿔난 도깨비가 깊은 잠을 꿈꾸며 고요한 밤길을 헤매네

 

-시집 『이상한 나라의 샐러리』 (걷는사람 시인선 2021)

 

 


 

오광석 시인

1975년 제주 출생. 2014년 기괴한 자장가 외 4편으로 계간 《문예바다》신인상 을 수상하며 등단. 제주작가회의 회원. 한화손해보험 근무. 한라산문학 동인 활동 중. 시집 『이계견문록』 『이상한 나라의 샐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