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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종빈 시인 / 달빛 수묵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3. 1.
박종빈 시인 / 달빛 수묵화

박종빈 시인 / 달빛 수묵화

 

 

보름달이 그 빛으로

지상에 나무 하나

친다

 

폭설이 지나간 후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방

유리창에 먹물 가득 머금고

노간주나무 한 잎

친다

 

내 잠의 중심부를 향해

바늘처럼 쏟아지던

내게 가장 흔했던 시간들

위로

화인火印이 찍히고

 

추울수록 뜨거워지는 욕망들

버리라, 버리라

보름달이

나 하나

친다

 

ㅡ시집 『모차르트의 변명』 황금알 (2010)

 

 


 

 

박종빈 시인 / 아름다운 것들

 

 

빽빽한 잔디밭에

민들레 피었다

 

조금씩 양보하여

한자리 마련해 준 잔디 틈에서

 

희거나 노랗게 피는 눈치 꽃들

바쁘게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괜찮은데

흰 보자기 괴나리봇짐 하나씩

어깨에 들쳐 메고

 

희거나 노랗게 눈치 살피며

민들레 민들레 떠나고 있다

 

 


 

박종빈 시인

1963년 대전에서 출생, 충남대 화학과 졸업. 대전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수료. 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04년 계간 『시와 상상』으로 시작활동 재개, 시집 『모차르트의 변명』 『물을 쓰고 불을 읽고』. 2005년 『시와 상상』작품상 수상, 2017년 백지 시문학상 수상. 현재 <시와 경계> 기획위원, 큰시동인, 대전작가회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