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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빈 시인 / 달빛 수묵화
보름달이 그 빛으로 지상에 나무 하나 친다
폭설이 지나간 후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방 유리창에 먹물 가득 머금고 노간주나무 한 잎 친다
내 잠의 중심부를 향해 바늘처럼 쏟아지던 내게 가장 흔했던 시간들 위로 화인火印이 찍히고
추울수록 뜨거워지는 욕망들 버리라, 버리라 보름달이 나 하나 친다
ㅡ시집 『모차르트의 변명』 황금알 (2010)
박종빈 시인 / 아름다운 것들
빽빽한 잔디밭에 민들레 피었다
조금씩 양보하여 한자리 마련해 준 잔디 틈에서
희거나 노랗게 피는 눈치 꽃들 바쁘게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괜찮은데 흰 보자기 괴나리봇짐 하나씩 어깨에 들쳐 메고
희거나 노랗게 눈치 살피며 민들레 민들레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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