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시인 / 예루살렘의 닭
오늘도 너는 嘲笑(조소)와 모멸로서 침 뱉고 뺨치며 위선이 善(선)을 능욕하는 그 부정 앞에 오히려 외면하며 회피하므로서 악에 가담하지 않았는가.
새벽이면 새벽마다 먼 예루살렘 성에 닭은 제 울음을 기일게 홰쳐 울고 내 또한 무력한 그와 나의 卑屈(비굴)에 대하여 죽을 상히 사모치는 분함과 죄스럼과 그 자책에 눈물로서 베개 적시우노니.
시집 『예루살렘의 닭』(산호장, 1953) 중에서
유치환 시인 / 曠野에 와서
興安嶺(흥안령) 가까운 北邊(북변)의 이 曠漠(광막)한 벌판 끝에 와서 죽어도 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 위에 오늘은 이레째 暗愁(암수)의 비 내리고
내 망난이에 본 받아 花(화)툿장을 뒤지고 담배를 눌러 꺼도 마음은 속으로 끝없이 울리노니 아이 이는 다시 나를 過失(과실)함이러뇨
이미 온갖을 저버리고 사람도 나도 접어주지 않으려는 이 自虐(자학)의 길에 내 열번 敗亡(패망)의 人生(인생)을 버려도 좋으련만 아아 이 悔悟(회오)의 앓임을 어디메 號泣(호읍)할 곳 없어
말없이 자리를 일어나와 문을 열고 서면 나의 脫走(탈주)할 思念(사념)의 하늘도 보이지 않고 停車場(정거장)도 二百里(이백리) 밖 暗澹(암담)한 진창에 갇힌 鐵壁(철벽) 같은 絶望(절망)의 曠野(광야)!
시집 『생명의 서』(행문사, 194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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