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문 시인 / 風船期
― 공군기지에서는 기상을 관측하기 위하여 풍선을 수시로 띄운다. 공기의 밀도가 희박한 고공으로 올라갈수록 팽창해 가던 풍선은 마침내 육안으로 보이지 않게 되면 터져버려서 사라지고 만다.
1호
초원처럼 넓은 비행장에 선 채 나는 아침부터 기진맥진한다. 하루 종일 수없이 비행기를 날리고 몇 차례인가 풍선을 하늘로 띄웠으나 인간이라는 나는 끝내 외로웠고 지탱할 수 없이 푸르른 하늘 밑에서 당황했다. 그래도 나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내일을 위하여 신열(身熱)을 위생(衛生)하며 끝내 기다리던, 그러나 귀처(歸處)란 애초부터 알 수 없던 풍선들 대신 머언 산령(山嶺) 위로 떠가는 솜덩이 같은 구름 쪽만을 지킨다.
2호
오늘은 오월이었다. 구태어 초원이라고만 부르고 싶은 비행장에 서면 마구 망아지 모양 달리고 싶었으나 CONTROL TOWER의 신호에 나는 신경을 집중해야만 했다. 망아지 같은 마음은 망아지 같고만 싶은 다리는 동결된 동자 같은 의식만을 반추하며 무던히도 체념을 잘 해 버리고 ...... 그래 나 대신 풍선을 보람 띄었으나 하늘은 1019 <미리바>의 고기압 속에다 무수한 우리들의 관념을 삼키고 말고. 오늘은 오월이 베풀고 있는 서정이었지만 불모풍경의 나의 벌판에는 서서 부를 슬픈 노래는 없다.
1956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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