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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전영경 시인 / 先史時代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21.

전영경 시인 / 先史時代

 

 

  느티나무 위에 금속분처럼 쏟아지는

  하늘이 있었

  고

 

  깨어진 석기와 더불어, 그 어느 옛날

  옛날이 있었

  고

 

  금속분처럼 파아랗게 쏟아지는 햇볕

  속에서 무던하게도

  학살을 당한 것은 당신과 같은

  흡사 당신과도 같은

  포승 그대로의 주검이 있었

  고

 

  느티나무와 더불어, 그 어느 옛날이

  있었고

 

  지도자가 있었

  고

 

  깨어진 석기, 석기 속에  말없이 흐ㅌ어진

  이야기와

  그 어느 조문과

  그 누구의 남루한 직함과

  때 묻은 족보가 있었

  고

 

  꿈이 있었다.

 

  몇 포기의 화초를 가꾸다가

  느티나무와 더불어 그 어느 옛날에

  서서

  세상을 버린 것은

  금속분처럼 파아랗게 쏟아지는

  하늘을 향해

  황소가 음메…… 하고 울었기 때문이다.

 

1955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시

 

 


 

 

전영경 시인 / 正義와 微笑

 

 

창을 열어라, 그렇다.창을 열어라, 아, 창을 열어라

그곳에 우리들의 하늘이 있고

自由가 있고

祖國이 있다.

창을 열어라,그렇다.창을 열어라

그곳에 우리들의 三月이 있고

임이 있고

봉우리 봉우리마다 피어오르는 꽃봉우리마다

꽃이 잇고

기울어진 바다 빛 짙은 싱싱한 하늘을 따라

종소리를 따라

正義와 微笑가 있다.

창을 열어라, 그렇다. 창을 열어라, 숙아, 창을 열어라

그 곳에 파아란 바다를 생각하는 사나이가 잇고

意味가 있고

目的이 있고

............... .

대추나무와 뽀오얀 집과 敎會堂의 둥그런 지붕을 따라

비둘기가 있고,

모두 다 모두가 다아, 멍이 든 가슴들 끼리 울린 만세를 따라

멍멍개가 짖고

창을 열어라, 그렇다. 창을 열어라

기울어진 바다 빛 짙은 싱싱한 하늘을 따라

구구구 구구구......, 비둘기 날으는

그것에 우리 우리들의 八月이 있고

어진 백성이 있고

正義와 微笑가 있다.  

 

1956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시

 

 


 

전영경[全榮慶, 1930.8.22 ~ 2001.5.5]시인

1930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출생. 1955년 《조선일보》신춘문예에〈선사시대〉가, 1956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正義와 微笑〉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선사시대』(수문사, 1956), 『김산월 여사』(신구문화사, 1958), 『나의 취미는 고독이다』(현문사, 1959), 『어두운 다릿목에서』(일조각, 1964) 등이 ​있음. 2001년 지병으로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