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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상 시인 / 첫사랑
그랬을지도 몰라. 아이들이 죽으면 모두가 고양이로 태어나 그리움을 서성이다 가는 것인지도.
갓 태어난 아이들의 심장이 너무 가벼워서 자정의 별빛들이 저리도 서럽고 무겁게 반짝이는 것인지도.
함부로 무너질 수 없는 다정이 함박눈의 고요로 피어나 봄꽃의 노래로 흩날리는 것인지도 몰라.
세상이 재촉한 슬픔의 형식이 털의 무늬일지도. 그래서 뱉어낼 수 없는 손길의 온기가 혀의 돌기로 흐르는 것인지도.
매일매일 그대의 지붕을 뛰어놀고 싶지만 놓고 싶지 않은 꿈을 놓아야 해서 가끔은 발톱의 날카로움을 잃어버리는 것인지도.
때 이른 이별이 싫어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 찰나를 뒤척이는지도.
아이들은 폭풍의 언덕에서 태어나 근심뿐인데 어른들은 미처, 화창한 봄날의 소풍만을 그리는 것인지도 몰라.
고양이가 골목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수백 년 전에 죽은 누군가의 숨결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지.
그래서 고양이의 오묘한 눈이 폭풍의 언덕을 닮은 것인지도.
그 너머에 자신이 살고 싶은 우주를 담고 만나야 할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아무도,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눈동자 속에서 사뿐사뿐 죽어가는 것인지도.
그래서 담에 앉은 고양이의 눈동자는 언젠가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앓았을 때 죽었던 아름다운 이야기인지도 모르지.
월간 『현대시』 2017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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