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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순 시인 / 화장(化粧)하는 시간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6.

강순 시인 / 화장(化粧)하는 시간

 

 

  얼굴을 찾고 있어요

 

​나는 반죽처럼 작습니다

​나를 요리해 볼까요

​밝은 톤으로 “응” 하고 대답하면

​내가 점점 부풀어요

 

​나는 윤기나게 구워지는 빵

​선이거나 악이어서

​대부분 좋아해요

 

​배고플 때 나를 생각하면

​당신은 착해지거나 슬퍼져요

​“응” 혹은 “아니”를 선택해야 할 때

​'맛있게'는 나의 목표랍니다“

 

​응” 혹은 “아니”는 비슷한 풍미일지 몰라요

​“안녕?” 혹은 “안녕!”이 단맛이 나는 것처럼

 

​나는 어제와 오늘 사이에 살아요

​이기적이라고요?

​배고플 때 빵 맛이에요

​잔주름은 기다림의 대가(代價)라서요

 

​말랑말랑한 언어들이 구워지는 아침

​하루를 위해 나는 바빠져요

​입술에 붉은 꽃잎을 올려 볼까요

​내 언어들을 조합하면

 

​이제 하루의 빵이 완성되네요

​거울 속 나는

​한낱 이미지랍니다

 

​진짜 얼굴을 찾고 있어요

 

반년간 『포에트리 슬램』 2019년 상반기호 발표

 

 


 

강순 시인

1998년 《현대문학》에 〈사춘기〉 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가 있음. 2019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