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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서 시인 / 슬픔이 생기게 된 배경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둔다.
불면이 문장을 긁고 간다.
링거를 꽂은 침대 살비듬을 털어내고 도둑처럼 다녀가는 불면에 대해 거미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달팽이관에 낀 소음을 꿈 너머로 돌려보내려는데 소음이 침대 모서리에 부딪친다. 쨍그랑, 실금이 간다.
꿈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이미 슬픔이라 불러도 되는 무저갱 시간들 꿈을 현실로 현실을 꿈으로 치환하는데 비몽(悲夢)은 꿈이란 이름 뒤에 숨는다.
또 한 차례 빗줄기가 문장을 긁고 간다.
한참 후 , 알게 된 사실들
슬픔에는 바닥이 없다는 것 바닥에도 바닥의 바닥이 있다는 것 발이 온전히 바닥에 닿아야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동지 지나고 난청이 심해졌는지 묵언마저 삐걱거린다.
비상하는 새를 보면 새가 되고 싶다고,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붕새가 되고 싶다고 먼 곳에 눈길을 얹어둔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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