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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분홍 시인 / 전복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2.

김분홍 시인 / 전복

 

 

귀를 잘랐어

피어싱을 한 귀.

 

수족관에는 잘린 바다의 귀가 자라지 귀가 자라면 전복이 자라지.

 

수평선에 걸린 노을이 꿈속과 꿈 바깥의 절취선을 용접하고 있지 전복의 진주광택에 음각된 파도소리는 몇 톤일까.

 

귀가

그리움이라서

제 귀를 자르는 바다.

 

고깃배가 잘린 귀를 채집하면 귓불에는 따개비가 다닥다닥 귀고리로 붙어있지. 수천의 귀를 잘라낸 바다는 동쪽으로 듣고 서쪽으로 흘려버렸지.

 

어둠이 천공한

피어싱은 목구멍인가 땀구멍인가 전복의 청력에서 갈매기 목소리를 적출할 수 있지.

 

청각이 오려진 해변에선 네 시의 고백이 젖어가고 귓바퀴에는 구멍이 낭자하지

 

스피커는

쌓아두는 것일까, 흘려버리는 것일까.

 

얼굴이 완성되기도 전에 표정을 잃어버린 귀, 난파선의 피사체가 당신의 귀를 땄지.

숱한 소문에도 피어싱을 멈추지 않았어.

 

계간 『시산맥』 2017년 가을호 발표

 


 

김분홍 시인

충남 천안에서 출생.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