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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도언 시인 / 우아한 경솔함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2.

김도언 시인 / 우아한 경솔함

 

 

        우리는 말을 했어요.

        모욕은 언제 가장 아름답습니까.

        수선화가 우리 집 옥상에 피었습니다.

        기차는 북쪽으로 달려갔고요.

        우리는 말을 했어요.

        기쁨은 어디에서 타락합니까.

        감자를 먹으면 노래를 불러주세요.

         

        병을 감춘 늙은 개와

        자부심을 갖고 싶은 빈자의 아들에 대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상냥함은 누구의 최선입니까.

        박해와 수난은 어느 상점의 진열품입니까.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세요.

         

        우리는 말을 했어요.

        길고 긴 침묵의 분별력에 대해

        지금 지나가는 사람에게

        힘껏 사랑한다고 말하는

        저 깊고 우아한 경솔함에 대해

 

웹진 『시인광장』 2016년 5월호 발표

 


 

김도언 시인

1972년 충남 금산에서 출생.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가로작품활동 시작. 2012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저서로는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로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와 경장편소설 『미치지 않고서야』(문예중앙)이 있고, 인터뷰집 『세속도시의 시인들』(로고폴리스)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