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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시인 / 환영(幻影)의 마을
한 달에 한 번,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염전이라는 안개를 찾아 나설 때 거기까지가 여름이었다. 백 년쯤 전에 깨뜨린 술잔에 손을 다친다. 자신의 피 맛을 아는 사람의 결구는 만년설 아래 묻혀 있을 작은 절간 같은 것이다. 사슴의 상상력으로 너를 초원이라 부르겠다. 우선은 그런 너를 위해 겨울로 드는 것이고 한 번씩 잠에서 깨듯 낮에도 잠에 빠져드는 걸 봄의 맥박이라 이해한다. 언제나 모든 너는 너의 부력으로 모든 나의 결락을 채워준다. 글썽일 때마다 사구(沙丘)는 자주 시력을 잃었고, 모래의 중음(中陰)을 물으며 원심력의 한계까지 간 우리는 한데 모여 웅덩이를 만들곤 했다. 곡두의 무늬가 차게 흔들렸다. 밤이면 숲을 연주하다 나온 아이의 발에 묻은 흙과 한순간 도취된 밤이 갈라놓은 세상의 이쪽저쪽을 사물의 목적이라 옮긴다. 낡은 질문의 문짝은 위태로웠지만 현자다웠다. 메모를 보니 글쎄, 여기까지가 미술관이었던 것. 나에 관해 폭로하자면 영원이란 문자에 긴장하고 아무런 느낌이 없을 때 가장 두렵다. 얼지 않고도 추운 지방 이곳은 물질계에는 없는 행성이란다. 여기서도 더 멀어져야 내가 있을 테지만, 물론 그 사이 너를 발견하더라도 알은체는 힘들 것이다. 등에 달라붙어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는 할아버지들. 그건 영원한 것도 사라진 것도 아닐 테니까. 극장에서는 늦은 밤의 외투와 난청으로 죽을 수 있는 음악을 다짐한다. 이렇게 웃는 것이 나에겐 유서다.
계간 『미네르바』 2018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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