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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원 시인 / 이석증
최강의 롤러코스터 울렁거리던 속이 몸을 뒤집는 순간, 숨이 차오른다, 짧은 숨을 내쉬며 나는 잠깐의 죽음을 떠올린다.
아름다운 죽음을 기도했지만 손에 잡히는 건 없고 눈에 밟히는 건 왜 이리 많은지, 왼쪽으로 누우면 지구는 반 바퀴 더 빨리 돌고 오른쪽으로 누우면 화성이 공전하는 소리 어렴풋하다. 시간은 0시로 돌아오는데 내 몸은 돌아오지 않는다.
빙빙 도는 천장을 보며 비로소 내가 지구를 몇 바퀴 걸어왔음을 실감한다. 이왕이면 벽지가 누런 천장에 카시오페이아가 펼쳐졌으면 별들의 체온은 가슴에 품기 좋은 37.5도였으면 무덤 앞에 별이 된 비석 하나 내려 받고 싶다가도 몸의 자전이 빨라지면 수명이 단축될까 싶어 귓바퀴에 빠진 돌을 흔들어본다.
내 생의 마지막은 놀라지 않게 다가오기를 별똥별 떨어지는 시간에 맞춰 언덕을 오르는 처음의 하늘처럼 살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갑자기 별자리들이 뒤엉킨다. 또, 급강하다.
시집 『구름의 첫 페이지』(시산맥, 2018) 중에서
권여원 시인 / 옥상
내 신혼의 꿈은 옥상에서 시작되었다. 스티로폼 상자에 심은 부추와 과꽃은 철 따라 피고, 화분 하나는 옥상을 지키는 대문이었다. 옥탑방이 할 수 있는 건 하늘을 끌어당기는 일밤하늘의 별은 붙박이장이고 그믐달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베개였다.대리운전을 했던 신랑은 공복의 저녁도 잊은 채 밤하늘의 귀가를 총총 도왔다. 도시의 절반을 헤매고 다닐 남편의 주행거리가 빛의 속도로 쌓여도 내 집 마련의 꿈은 저 별들처럼 아득했다. 시어머니는 종종 아이 소식을 물었지만 벼랑처럼 흔들리는 옥상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어나는 밤마다 마이보라*를 챙겨먹었다. 남편이 도시의 불빛을 잠재우는 동안 늦게까지 구슬을 꿰며 시간을 굴렸다. 새벽 고단한 잠을 겨우 눕히면 옥상으로 몰려온 바람이 문고리를 잡고 흔들었다. 그해 겨울, 가파른 언덕을 넘으며 우리는 맹물에 별을 녹여먹었다. 바라보면 아슬한 옥상에서 두 해를 견디다 낮은 곳으로 내려온 나는 그때부터 마이보라를 던져버릴 수 있었다.
* 마이보라 : 먹는 피임약
2011년《시와 세계》 등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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