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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규 시인 / 그것은 나비의 일
배추흰나비가 한 우주 속으로 들어가고 나서 아주 잠깐 해일이 일었다 날개와 더듬이와 잘디 잔 나비의 비늘들이 별빛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월이 왔다라고 당신이 말했지만 멈추지 않는 별빛 그리고 사월 어떤 격정 위에서 해일이 일었다면 그 것은 나비의 일 막무가내 별빛이 쏟아진다 해도 사월과 당신은 완성되지 않는다 내 문장이 당신을 완성한다는 건 한 생애를 담보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끔씩 비켜가도 좋은 것 나비의 일에는 너무 많은 사건들과 목록들이 포괄되어 있다 햇빛과 솜털 구름과 편서풍, 그리고 당신 은종소리가 빗발치는 창가에서 우리는 미완인 채로 공중 높이 날아오를 수 없지만
나비는 한 우주, 커다란 공중
계간 『모: 든시』 2018년 겨울호 발표
송종규 시인 / 내가 사랑한 수수꽃다리
꽃의 냄새를 맡고 나서 네가 온 줄 알았다
너의 얼굴을 만지듯 골똘한 문장들이 책 속에 코를 박았다
꽃은, 아주 오래 전에 입김처럼 가벼운 엽서를 호수공원에 흩뿌렸다 고요한 마음의 수심水深 깊이 나는 그것들을 봉인한 적 있다
쇠락한 왕조의 뜰처럼 휑한 밤
먼발치에서 누군가 나부끼지만 두 시가 한 번도 눈을 맞추지 않고 별자리까지 올라갔다
숲을 이룬 사람들의 근심 밖으로 네가 떠나간 줄 이제 알겠다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그 봄날처럼
별빛이, 세상의 모든 꽃 진 자리에 분홍 물을 떨군다
계간 『애지』 201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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