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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시인 / 아내는 고슴도치
큰일이다 아내 몸에 가시가 돋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두 개씩,어느새 가시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촘촘하게 돋아나면서부터 아내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어쩌다보면 손에 피가 나기도 했다. 실수로 찔렸다기보다는 공격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몸속으로 파고든 가시들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비명소리를 즐기다가 술이라도 한잔 마시는 밤이면 빠알갛게 사루비아 꽃밭을 만들기도 했다.
가시 돋는 원인은 나 때문이랍니다. 밉거나 보기 싫을 때마다 하나씩 자라 났답니다. 저절로 자란 것이 아니라 한 움쿰씩 갖다 심었답니다. 물주고 거름까지 줘가며 지극정성으로 키웠답니다. 그러고 보니 내게서 하나씩 빠져나간 머리카락 숫자와 아내 몸에 돋는 가시 숫자가 비슷하기도 합니다.
내게 사라진 머리카락들은 아내에게로 가서 가시가 되고 가시들은 수시로 흉기가 되어 되돌아오는 밤마다 나는 쾍! 쾍! 소리를 내지르기도 합니다. 비명소리가 크면 클수록 아내는 흡족한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은근히 고통을 즐길수록 아내의 만족도는 한 단계씩 올라가기만 합니다. 굳이 잠자리를 하지 않아도
가시 많은 아내가 무서운 남자들은 퇴근길 동네 막걸리 집에 붐비기도 하고 당구를 치며 늦은 귀가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남자들만의 동족의식은 자연스럽게 다져지기도 합니다.
콕!콕! 가슴을 찔려 본 남자들은 목소리를 낮추거나 잘 엎드리기도 합니다. 가끔 강아지처럼 재롱도 피울 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남자들은 아니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밖에서는 특히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5월호 발표
전인식 시인 / A-18
A-18은 적을 향해 공격하는 총이나 전투기의 이름이 아닙니다. 성질머리 더러운 내가 불편한 세상과 적당히 타협할 때 자주 쓰는 하나의 구호입니다. 최소한 내겐 할렐루야,나무관세음과 같이 사용하는 동종 동격의 구호입니다.
재수 없는 날 재수 없는 놈을 만나 그냥 한방 날리고 싶을 때 때리고 나면 후회가 뻔할 때 뚝배기에 된장 끓듯 속 부글부글 끓어올라 뭐라 한마디 내뱉지 않으면 안 될 찰나에 불끈 쥐었던 두 주먹의 야만과 폭력을 표시나지 않게 가슴 밑바닥으로 내려놓게 하는 아름다운 독백입니다.
본래 나쁜 놈인 내가 착한 사람들속에 섞이어 적당히 세상 살아가게끔 나를 다스려주는 가장 인간적인 말입니다.
A-18은 욕이 아닙니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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