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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대선 시인 / 빙하는 왜 푸른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2.

서대선 시인 / 빙하는 왜 푸른가

 

 

널 그리는 마음

빙하에 묻어두고

 

만년 설산

벼랑 끝

봉쇄수도원 되어

입도 지우고

귀도 지우고

몸도 지우고

형형한 눈으로

백만 광년 달려온

별 하나 하나 마다

네 이름을 심으리

 

혹,

어느 날

빙하 속에 묻어 둔 내 마음도

푸른 싹이 돋는다면,

별들 마다 심어둔 네 이름

눈을 뜬다면,

봉쇄수도원 돌 벽 어디선가

조그만 문도 열리리

배냇말로 첫 세상을 만나는 아기처럼

 

불러보고 싶어라

네 이름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문학세계사, 2019) 중에서

 

 


 

 

서대선 시인 / 너의 한 쪽 다리가 되어

 

 

불면과 신경안정제를 삼키며

신생의 말들을 찾아

푸른 돌에 이마를 찧는 사내

 

낡은 자켓 주머니 속

신경안정제 알마다

삐그덕거리는 불면의 말들

 

불면으로 갉아 낸

뼛속마다

다리가 세 개뿐인 말발굽 소리

 

절룩거리며

말들의 사막을 짊어지고

캄캄한 우주 건널 때

 

칸델라를 든 외눈박이 마음

다리가 세 개뿐인 너의 한 쪽

다리가 되어

은하수를 건넌다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문학세계사, 2019) 중에서

 

 


 

서대선 시인

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시와 시학』신인상.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레이스 짜는 여자』, 『빙하는 왜 푸른가』와 평론집 『히말라야 를 넘는 밤 새들』가 있음.한국예술 평론가협의회상(문학 부문) 수상. 현재 신구대학교 명예교수, 문 화저널 21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