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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분홍 시인 / 항아리를 추모하다
엉덩이가 사라졌다. 매끄러운 엉덩이는 어느 별로 여행을 떠났기에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엉덩이를 구름으로 생각하면 비가 내렸고, 무지개로 생각하면 누군가 훌라후프를 돌렸다.
영정사진을 닦으며 돌아오지 않는 엉덩이를 생각했다. 엉덩이는 상자 속에 갇혀 있고 허리는 매듭으로 묶여 있다. 포장되기 직전 엉덩이에 얼굴을 갖다 대면 섬뜩한 냉기가 전해진다.
엉덩이 속엔 엉덩이가 없다.
추모공원 화장터, 가마에 불이 붙는다. 가마는 국화꽃 향기를 태우고, 길 고양이 울음을 태우고, 죽은 자의 발소리까지 태운다. 이제 죽은 자의 발소리는 어느 곳에서도 형체를 찾을 수 없다.
뼈가 이탈하고 생이 소각된다. 뚜껑 열린 죽음이 굴뚝을 통해 흩어졌다. 날아가는 연기를 바라본다.
몸이 먼저 영혼을 떠났는지, 영혼이 먼저 몸을 떠났는지 사망진단서에 나와 있지 않지만, 뚜껑을 닫아 놓아도 죽음은 엉덩이 모습으로 빛난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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