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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형 시인 / 첨탑
높은 하늘이 보인다. 높은보다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새파란보다 해일이 이는 하늘이 보인다.
고통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까. 한 움큼의 머리카락을 쥐고 어떤 고통을 삼키다 스스로를 품에 안고 토닥이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의 정원을 맨발로 밟는다. 척박함을 잊어가며 웃는 일처럼 모든 바깥은 바닥에 깔린 새파란 것에 고개를 숙인다. 열리는 귀에 녹색의 소리가 들리니 너는,
너나없이 직립으로 깔리는 타일 같은 우리의 맨발에는 무수한 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우리가 죽을힘을 다해 올려다 본 하늘은 잔인하다.
흘러내리는 하늘이 있다. 흘러내리면서 골몰하는 하늘이 있다. 골몰하면서 찢어지는 하늘이 있다.
땅에 닿은 하늘은 아마도 하반신이 가려진 영혼이거나 입버릇처럼 그 속을 알 수 없는 세계의 간지러운 입일 것이다.
누가 처음 첨탑을 보았을까.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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