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윤 시인 / 사구아로선인장
전깃줄은 없었다. 그리하여 짜릿한 생도 한번 없었던
모래바람을 피해 잠시 울다 간 새가 말했다. 바라볼 것 없는 사막에서 몸은 왜 그리 위로 밀어 올리느냐고
새는 알지 못했다. 기다림을 아는 자는 자꾸만, 발뒤꿈치를 들어 올린다는 것을
오래전 나를 안으려는 사람을 찌르고 싶지 않아 가시를 몸속으로 밀어 넣었던 적이 있다.
가시는 박히는 순간 보다 박히고 난 후에 더 지난하게 밀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왜 나를 떠났던 것일까.
찰나의 우기를 기다려 몸을 뚫고 나온 가시 끝에 맺힌 붉은 꽃 몽우리가 말했다.
그는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가시에서 핀 꽃만을 사랑했다는 것을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혜민 시인 / 토마토가 치마끈을 풀었다 외 1편 (0) | 2019.05.19 |
|---|---|
| 이정순 시인 / 마지막 술래 외 1편 (0) | 2019.05.19 |
| 이돈형 시인 / 첨탑 (0) | 2019.05.19 |
| 강기원 시인 / 심야극장의 그랑 블루 (0) | 2019.05.19 |
| 김분홍 시인 / 항아리를 추모하다 (0) | 2019.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