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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상윤 시인 / 사구아로선인장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9.

이상윤 시인 / 사구아로선인장

 

 

  전깃줄은 없었다.

  그리하여 짜릿한 생도 한번 없었던

 

  모래바람을 피해 잠시 울다 간 새가 말했다.

  바라볼 것 없는 사막에서

  몸은 왜 그리 위로 밀어 올리느냐고

 

  새는 알지 못했다.

  기다림을 아는 자는 자꾸만,

  발뒤꿈치를 들어 올린다는 것을

 

  오래전 나를 안으려는 사람을

  찌르고 싶지 않아

  가시를 몸속으로 밀어 넣었던 적이 있다.

 

  가시는 박히는 순간 보다

  박히고 난 후에

  더 지난하게 밀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왜 나를 떠났던 것일까.

 

  찰나의 우기를 기다려

  몸을 뚫고 나온

  가시 끝에 맺힌 붉은 꽃 몽우리가 말했다.

 

  그는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가시에서 핀 꽃만을 사랑했다는 것을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이상윤 시인

2013년 《시산맥》시인상으로 등단.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현)광영고등학교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