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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시인 / 남방노랑나비
입술을 열듯 창문을 열었다
서랍장 틈에서 갓 부화한 남방노랑나비 한 마리 손가락에 올려놓고 조심스레 창문 밖으로 옮겼다. 무거운 등짐을 진 것도 아닌데 무쇠 신발을 신은 것도 아닌데 벼랑길을 오르는 것 더욱 아닌데 발가락 바르르 떨리게 하는 날개 한 벌 무게가 천만근이다
날아다니는 것들은 제 무게를 온전히 책임지는 것들
입술 한 벌 처음 받을 때 떨리던 그 아찔한 연애 무게처럼 손가락 위에 앉은 봄의 발가락은 간지럽기만 하다
나비를 옮기는 일이 천만근 무게를 옮기는 역사(役事) 혹은 역사(力士)다
나비는 햇살 한 장 위에 앉아 제 날개에 묻은 물컹한 보호색무늬와 굼틀거리던 기억너머를 비비고 털며 말리고 있다
앵두꽃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몸속에 열꽃들 일제히 피어나 숨 막히게 하던 입술 한 벌은 아직도 우화(羽化)중일까
나비를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내 입술 한 벌도 언제 날아갔는지 없다
계간 『포엠포엠』 2017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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