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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시인 / 1분 후의 세계
사람 만나는 게 돌 만나는 것보다 흥미 없어 젊은 시인들 시를 읽네.
돌에는 무늬라도 있지 천 년 물결 기억 무늬 천 년 어둠 추억 무늬
그렇다고 나는 돌 수집가가 아니라네.
사람들 만나는 게 커피 만나는 것보다 깊이 없어 젊은 시인들 시집을 밤늦도록 읽네.
거기엔 하나 마나 한 제자리 높이뛰기 말들이 헛바퀴 돌기도 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가 피부를 뚫고 들어와 피와 함께 돌기도 하네.
가장 좋은 시는 지금 쓰고 있는 시
가장 나쁜 시도 지금 쓰고 있는 시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을 당신도 모르듯이 오늘의 삶은 오늘도 모르고 내일의 시는 내일도 모른다.
보이는 풍경 너머 보는 풍경 더 멀리 끝끝내 안 보이는 풍경 앞에서
다음이 없는 만남이 가장 좋은 만남이라는 것을 두고두고 모르는 이번 만남처럼
1분 후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3분 후의 내가 어떻게 돌변할지 1시간 후의 저 자두나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듯
내 속으로 들어가는 데만도 일생이 걸리고 내 밖으로 들어가는데 또 일생이 걸리고 그렇게 나는 너를 지나가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나 몰라라 하네.
매일 초면인 해와 달 매일 창세기인 바닷가 매일 새로운 파도 매일 다른 바다
초록 잎사귀는 다 다른 초록 잎사귀 빨간 앵두는 제각각 빨간 앵두 눈물은 제각각 명암 눈물
나무가 자라는 곳까지 가서 뿌리는 나무를 박고 나무가 자라는 곳까지 가서 잎은 나무를 떠나고 한 번 떠나간 머리카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여벌이 없는 생사처럼 인생은 한 번조차도 많다.
1분이면 과분한가 헛살았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1분이면 부족한가 삶의 경이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겨우 아는 것.
아무리 멀리 가도 발바닥에 닿는 것들을 노래하고 머리카락에 연결된 것들을 상상한다.
인간을 말하되 인간만 말하지 않는다.
월간 『현대시』 2017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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