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옥 시인 / 이상한 의자
의자는 죄의식의 냄새를 갖고 있다.
전생이 나무였거나 멸종한 짐승의 시체였거나 모체를 떠난 기억이거나 하나도 남김없이 버려야 하는데 나는 너무 늦었다.
의자가 다시 의자가 아니었던 때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자기로부터 떠나온 것.
아픈 나와 마주앉아 생각해보니 함부로 의자를 떠올리기도 함부로 의자를 해체하지도 못했던 내 지난날들이 모여 생애를 이룬 것을 알겠다.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의자를 어떤 이는 희망의 또 다른 서자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늦었다.
의자라는 말이 있기도 전에 나는 늘 의자를 가지고 다녔으므로
내 의자는 항상 한쪽 다리가 기울어져 있다.
반년간 『내일을 여는 작가』 2018년 하반기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서빈 시인 / 시집 혹은 시집 봉투 (0) | 2019.05.21 |
|---|---|
| 박지우 시인 / 어느 날의 수묵화 (0) | 2019.05.21 |
| 함기석 시인 / 수학자 누(Nu) 14 (0) | 2019.05.21 |
| 송종규 시인 / 슬픈 손가락처럼 외 2편 (0) | 2019.05.21 |
| 송소영 시인 / 은산철벽이라도 외 1편 (0) | 2019.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