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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영은 시인 / 동물성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4.

강영은 시인 / 동물성

 

 

구분되지 않는 우리를 무리라 부른다.

당신과 헤어지면 나는 나라는 개인(個人), 나를 꽃잎이라 부르면 당신은 바깥쪽은 무르고 속은 단단한 꽃잎.

 

당신이 내게 보석이면 당신이 탄생시킨 나는 뼈대 있는 보석 중 하나가 된다.

당신의 언약과 손가락을 사랑할 때 겨울과 봄이 동거하는 3월이 오고, 3월에 태어난 바람은 방황하는 개처럼 피부병을 앓는다.

 

진실되게 서로의 상처를 핥는 우리는 길을 잃고, 몰려드는 두 팔과 두 다리에 겁을 먹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 너울거리는 이, 격렬한 춤.

이러한 감정을 적폐라 부를 때 구태여 삼키지 않더라도 우리는 위태로운 절벽을 소화한다.

 

꽃도 짐승도 아닌 이미지를 소화한다는 것,

식물적인 상상을 한입에 털어 넣고 죽은 우리는 그저 골격이라 불리지만 통점을 자극하면

조금 더 크게 이빨을 드러내는

우리라는 무리,

 

죽음에 이르러야 깨우치는 동물성에 대해 날마다 이별하는

당신과 나는 산호다 자웅이체다.

 

계간『포지션』 2018년 가을호 발표

 


 

강영은 시인

1956년 제주에서 출생. 2000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녹색비단구렁이』 , 『상냥한 시론』 등이 있음. 시예술상, 한국시문학상, 한국문협 작가상 수상. 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세종 우수도서 선정. 서울과학기술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사 역임. 현재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