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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진혜진 시인 / 아홉을 돌려줘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4.

진혜진 시인 / 아홉을 돌려줘

 

 

  9가 1보다

  가벼워서

  하나가 아홉보다 무거워서

 

  그 하나에 정복당한 일상이 아홉 시에

  멈춰 있네.

 

  10은 만남의 숫자

  순간이 아홉보다 긴 물결일 때

 

  1과 9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캄캄해

  아홉까지 잘하고도

  하나를 망친 날.

 

  죽은 집요에 눈빛은 필까.

  당신의 눈빛을 찍은 도끼에 꽃잎은 열릴까.

 

  한강 둔치에 앉아 있는 내가

  양한마리양두마리를 세는 밤.

  아흔아홉 번 수신 차단

  하백의 행렬이 다 지나가도록 그립다가

  당신의 숫자를 놓친다.

 

  9를 건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아흔아홉 번의 믿음, 열아홉 번째의 물구나무서기,

  아홉 번째

  눈물길 건너

  그다음에 채우게 될 숫자는?

 

  10이 되지 못해 용서하지 못해 건너뛴 9의 물결이

  지나가네.

  돌아오지 않을 하나를 채우려고

  하나 때문에

  아홉을 놓치고

 

  십진법에 없는 사랑을 하류로

  떠나보낸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진혜진 시인

2016년 《경남신문》신춘문예 당선. 2016년 《광주일보》신춘문예 당선. 2016년 계간《시산맥》등단. 현재 『시현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