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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돈형 시인 / 간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4.

이돈형 시인 / 간판

 

 

  너는 복권방 평상에 앉아 다리를 떨고 있다

  복이 새 나간다는 말을 몇 번 들려주었지만

 

  올해는 태풍의 발생빈도가 적고 북상하는 태풍이 없어

  8.15 광복절 특사를 위해 꽂아놓은 길거리의 태극기만 간판 앞에서 휘몰아친다

 

  복권방처럼 복을 파는 데가 있다면 간판의 이름은 뭘까

  복 방,

  복 파는 곳,

  대한민국에서 제일 싸게 파는 복 집?

  우리는 낄낄거리다가

 

  그래도 그렇지 개나 소나 사면은

 

  너는 국기처럼 다리를 흔들며

  달아날 복이라도 갖고 태어났으면 나를 만났겠냐고

  평상에 앉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즉석복권을 긁는다

 

  통과

 

  그래도 월요일이 빨간 날이잖아

  너에게만 온 복처럼 말하는 동안에도

 

  태극기 휘날리는 날에 빽 간판은 철문을 열고 굴러 나온다

 

시집 『우리는 낄낄거리다가』(천년의시작, 2017) 중에서

 

 


 

 

이돈형 시인 / 태그

 

 

  얼굴이 닿으면 상황이 될 때까지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우리는 매번입니까

 

  붙어먹으려야 붙어먹을 수 없는

  환호입니까 야유입니까

 

  애매한 몸은 순간순간 ‘짓’이 되어도 상관없습니까

 

  환호와 야유를 먼저 선언하고

  천천히 웃거나 비웃어도 되겠습니까

 

  등은 활보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으니

  조금 돌려주시길

 

  영역은 오직 당신이었으니

  흘러내린 나도 약간의 호흡이 필요합니까

 

  손이 사라진다면

  아웃입니까, 세이프입니까

 

시집 『우리는 낄낄거리다가』(천년의시작, 2017) 중에서

 

 


 

이돈형 시인

충남 보령에서 출생. 2012년 《애지》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우리는 낄낄거리다가』(천년의시작, 2017)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