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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연옥 시인 / 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4.

이연옥 시인 / 봄

 

 

  몰려온다

 

  양, 떼로 몰려온다

 

  바리게이트가 중심을 못 잡을 것 같아

  단단히 무장을 하고 문을 열었다

  소년은 간 데 없고 말랑말랑한 솜털이

  시야에 가득하다

  적이 아니면서 치고 들어오는, 저

  입으로 훅 불었다

  가슴의 경계가 휘청인다

  마른 풀밭이 촉촉이 일어서며

  묵은 뗏장 부추겨 떼를 쓰고 오는 떼

  소년은 어디가고

  나를 깊숙이 넘어오는 발자국, 저

 

  비수

 

 시집 『나비의 시간』(현대시학, 2016) 중에서

 

 


 

 

이연옥 시인 / 늪, 태양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장막이 걷히는 순간 의문부호를 달고 수색작전에 들어간다

태양아래 살 수 있는 길은 새로운 것을 찾는 일

 

  그가 뿌려놓은 어둠은 수렁이다

  더듬더듬 짚어가다 주저앉은 그 자리

  꿈틀거릴 적마다 빠져드는 늪

 

  깊이 내려앉는다 그의 명령이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거나 끌어주지 않는

  끓는 피가 콜로세움에서 튈 곳을 찾는다

 

  그에게 흠뻑 젖어든 건 어쩌면 혼돈

 

  어둠과 새벽에게 끌려온 아침이 허둥대는 동안

  태양이 중천을 장악하는 동안

  새로움이 새로움을 낳고 새로움이 새로움을 낳고

 

  새로움이 패러다임이다

  뿌려라, 어둠

 

 시집 『나비의 시간』(현대시학, 2016) 중에서

 

 


 

이연옥 시인

경기도 시흥에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10년 ≪예술가≫ 겨울호 등단. 시집으로는『산풀향 내리면 이슬이 되고』(한강출판사, 1999),『연밭에 이는 바람』(월간문학, 2008),『나비의 시간』(현대시학, 2016)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