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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수익 시인 / 동성애자 2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6.

이수익 시인 / 동성애자 2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현재가 있다 그것은 이미

과거로부터 허락 받은, 미래로 나아가게 될 유산 그리고

업적,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서로를 존중한다.

 

탐미의 눈길로 조용히 바라다볼 것.

크고 부드럽게 전신을 감싸듯 욕망을 자제하며

당신을 지킬 것 어떤 외부의 침략에도 견고하게 나의

주장대로 벽을 세울 것, 우리 둘만의 고통과 기쁨이 넘쳐 올라

외부를 지배해 나갈 것, 그리하여

 

우리는 달콤한 유혹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자유로움을

갈망하며 서로의 애무를 받아들이고 또는 어지러운 체취에 휘말려

한숨 가득히 열애의 순간순간을 누리기도 하지만, 정직하게도

우리는 오로지 단 하나뿐임을 몸소 체험하면서 즐기는

 

동성애자! 다른 사람들이 미워하는 것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미워하면서 끝까지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것,

눈 밖에 지워지지 말 것, 그래서 어두운 발걸음이 젖어드는 길모퉁이에

세워진 조그만 빈 집 하나쯤 되어주는 일

다만 그렇게,

 

웹진 『시인광장』 2016년 8월호 발표

 


 

이수익 시인

1942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야간 열차』(1978), 『슬픔의 핵(核)』(1983), 『단순한 기쁨』(1986), 『그리고 너를 위하여』(1988), 『아득한 봄』(1991), 『푸른 추억의 빵』(1995),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2000) 등이 있음. KBS라디오 센터 제작위원으로 활동.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