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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연 시인 / 시간의 기억
아물지 않은 기억은 아프지 않다 기억은 쉴 새 없이 흔들린다 가까스로 버티며 살아내던 지난한 몸짓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듯 소스락거린다 피리 소리를 기다리는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켜켜이 삭였다고 믿고 싶었던 망각의 시간을 불쑥불쑥 갉아 먹는다 꼿꼿이 고개를 드는 기억을 분지르면 기억은 단숨에 심장을 관통한다 심장은 습습히 스며드는 기억에게 제 몸을 뚫고 번지는 살모사의 침샘처럼 한 번은 기어이 숨길을 내어주고야 말리라 손목을 그어 줄에 목을 건 핏빛 꽃을 만나든지 첫 연인처럼 쉬지 않고 속살대는 시간의 기억
치명적인 독사의 눈깔보다 더 어지러운 저 혓바닥
시집 『목련의 방식』(문학의전당, 2016) 중에서
서정연 시인 / 전철 안
언제 만난 적 있었을까
전철 안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혹은 돌아오는 사람처럼 지치고 피곤하고 알맞게 따뜻하다 수다를 떨기도 때로는 옆 어깨에 닿을 듯 머리를 기대며 졸기에도 좋다 쫑알거리는 연인처럼 손이라도 잡을 듯 다정한 거리 어쩌다 살갗이 스치더라도 눈웃음마저 보낼 수 있다 옆 사람의 온기를 느끼면서 말소리를 들으면서 사람들 표정 구경도 하면서 혼자가 아니라 한집 식구처럼 아늑함을 느낀다 안도하며 어디론가 함께 가고 있다
전철을 타면 외롭지 않다
시집 『목련의 방식』(문학의전당,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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