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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포 시인 / 암전의 다음 장면
안개의 나라에 들어가서 쉬고 왔어요 안개에 젖은 분위기라지만 운무도 해무도 갑갑한 공간일 뿐이에요
점점이 박힌 먼지에 살핏줄이 뭉쳐 떠다니면서 앞에 있는 얼굴을 가로막아요 유일한 희망이자 대지의 구원이거든요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암흑으로 들어가요 암막의 구멍으로 밀어 넣어요 말소리 들어도 듣는 것이 아니고 눈을 떠도 볼 수 없는 당신, 수술대 위에서 환하게 웃는 당신이 보여요
유리체를 걷어내는 일이란 보이지 않는 점 하나까지 세밀하게 보여주는 특실이에요
거짓을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창이 되고 까만 눈동자는 커튼의 그늘에서 도드라지지만 과거를 되살리는 거룩한 당신이 보여요
먼 나라에 다녀온 후로 확연히 빛나는 당신이 뒤를 비추고 있네요
계간 『예술가』 2017년 가을호 발표
김송포 시인 / 사사로운 일들의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어디선가 앞보다 뒤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관심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가 관심을 놓아버린 관계의 식을 보자.
지하철에서 둘이 부둥켜안고 있는 남녀는 누구의 방해를 받는 줄 알면서도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보고 있어도 더 보게 만드는 아찔한 자세를 흘깃거리며 본다는 것은 즐거운 라라의 느낌이다.
천천히 관계를 수정하며 풀어보자. 눈 오는 밤을 달리며 새벽을 뒤지는 사이, 고기 굽는 사내는 졸면서 마감을 알리는 청년에게 눈부시게 미안하다고 했다. 너와 나 사이의 관계는 아직 유효하다.
등기를 한 달째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개인 편지를 그렇게 공개하면 어떡하니 핀잔을 들었다. 누구를 위한 자랑인지 밥을 일단 먹고 생각해 보자. 겉보다 안의 관계가 궁금하다는 것은 어떤 공식으로도 풀리지 않아 난감한 미지수다.
엎드려서 책을 읽는 너의 육체가 정숙한 여인이라고 제목이 붙여졌지만, 뒤태를 인정한다. 아스팔트 같은 칠흑으로 덮여있는 배경이 더 매혹적으로 보이는 것이 유력하다. 하얀 거품을 걷어낼 때와 빨래를 헹구고 물을 버릴 때 개운한 상태로 관계 짓고 싶다.
관심은 서로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공식이 된다. 놓아버린 관계에서 지워가는 것이 답이라면 실망을 더하고 분노를 뺄 수 없는 제로인 상태로 돌아간다. 앞도 뒤도 궁금할 이유가 없다.
계간 『포지션』 2017년 겨울호 발표
김송포 시인 /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
톡
톡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으면 해. 먼지가 묻어 탁해지지 않았으면 해. 아침이면 새가 먹이를 쪼는 모습으로 다가왔으면 해. 그렇게 시작된 문자의 종이었어. 중독된 톡 앞에서 멈추었고 단절이었고 사람에게서 제외된 구석이었어.
단독으로 지어진 집은 어느새 무리가 되었고 군중이 되었어. 홀로 있는 것이 두려운 대화는 거미가 되어 가두어졌어. 알면 알수록 사로잡히고 말아.
아침이면 익산에서 굿모닝!
톡
한낮에 메밀국수 먹다가
톡톡
저녁이면 시집 안에서
톡톡톡
존재를 알리기 위한 도구에 가까워질수록 숨을 크게 쉬곤 해. 하루에도 수없이 커지는 동공은 깊이 빨려들어 가.
가짜눈물을 톡톡 집어넣고
까톡까톡~~
카카오톡 ~~~
까까까~톡
어지러운 세상에서 건져낸 소금이 자연스러워
자다가도 환청이 들리곤 해 어둠 속에서 꿈속에서 밝은 대낮에도 너에게 사로잡히고 말아
돌릴 수 없는 너와 나는 마술에 걸려들었고, 그 안에 갇힌 칼이 되었어. 언제 뽑을지 모르는 달콤한 유희들의 손놀림이 유연해.
오늘도 난 너를 얼마나 기다리는지 알아. 맥박 소리가 커지고 있는 중... 록(錄) 앤 록(rock) 콘서트 보러 갈까요.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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