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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세라 시인 / 이미지의 성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7.

최세라 시인 / 이미지의 성

 

 

  그 성에 가 봤어 이미지로 이루어진

  아무런 표정도 없이 너는 롤리팝을 건넸지

  녹아내릴 것 같다고 느끼면 안돼 주의해야 했어

 

  롤리팝은 딱딱하고 입에 넣으면 표면이 풀어진다

  우리는 현상으로만 말해야 했어 감정 따윈 없었지

 

  너는 구두끈을 묶은 다음 너는 발톱을 깎는다

 

  공작새의 깃털을 뽑아서 죽인 다음 보고서를 올렸어

  둥글고 광채가 나며 뽑으면 비명과 함께 피묻은 살점이 나옵니다

 

  감시원이 수첩과 초시계를 들고 맞은편에 앉았어

  감청색 제복에 쪼리 샌들을 신었구나

  느낌을 갖는 순간 이미지의 성에서 쫓겨나

 

  그 성에 가 봤어 한 컷을 지나 다음 컷으로

  360도 회전하는 경첩이 좋았어 서라운드로 돌아가는 거야

  이게 다 현실이냐고 나는 네게 물어봤지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기 끈끈이로 만든 혀를 내밀었어

  롤리팝, 잘게 깨문 조각들을 네 혀에 붙여줬지

 

  바로 그때 그것들이 앵앵거리며 날아오르는 거야

  놀랍지 않니? 라고 말할까봐 너는 내 입을 틀어막았어

 

  그 성에 가 봤어 감시원이 초시계를 집자 수첩이 찢어졌어

  너희는 제발 이미지의 성에 부적격한 것으로 판정되었습니다

 

  우린 말했어 남아있게 해 줘요

  부적격의 느낌은 어떤 건데요 아무런 감정 없이 물어 보았어

  그는 당황했어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우릴 원망했어

 

  이미지의 성에서 쫓겨난 감시원은 느낌이 가득한 세상으로 버려졌지

  너는 기념으로 내 목에 초시계를 박아 넣었어

 

  정말이지 아주 큰 목젖이 생겼지 뭐야

  말할 때마다 째깍거렸고 우린 빠르게 늙어갔어

  그것은 이상한 일도 슬픈 일도 아니었어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매순간 조심하며

 

  나는 초시계에 눌린 좁은 식도로 마카롱을 삼켰고

  너는 매미날개처럼 늘어진 유방을 다이아몬드 피어싱으로 장식했지

 

  호사로운 이미지의 성이 좋아

  느낌 없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

 

반년간 『작가연대 』 11호(2016년 9권1호) 발표

 

 


 

 

최세라 시인 / 바람인형

 

 

  손가락 끝마다 바람을 토하는 것이다

 

  안쪽에서 채혈바늘이 빗발친다

  피 다음엔 바람이지, 서서히 목이 졸리는 오늘의 부재

 

  목을 움키면 입을 통하지 않고도 링 모양의 파란 연기가 눈가로 번진다

 

  빈혈의 사체가 발치에 쌓여 가는 것이다

  먹구름 속 별 하나가 나를 쥔 채 술 마시는 날이면

 

  당신은 여전히 두드리나요

  링 모양 사탕이 목구멍에 걸릴 때마다

  당신 팔에 기대어 누워도 될까요

 

  바람이 전부 무너질 때까지, 라고 끝까지 피를 빼며 묻는 것이다

 

  손끝마다 토한 바람이 코너를 부른다

  몸부림이 춤으로 보이는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

 

  춤추면 지그재그로 무너질 수 있어 기쁘게 여기는 것이다

  거리 한쪽으로 개켜지면 행인을 치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계간 『시와 세계』 2016년 봄호 발표

 

 


 

최세라 시인

1995년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1년 《시와  반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복화술사의 거리』(시인동네, 2015)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