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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시인 / 꽃의 복화술
그리움은 외발이지 무엇엔가 기대려 하지
열흘 붉은 뒤에도 한층 소스라쳐 백일에 닿는 꽃 향낭을 풀어 딸꾹딸꾹 물 위에 풀어놓는 꽃 경면주사로 쓴 부적을 여름내 깃발로 걸어 놓는 꽃
명옥헌, 고운 짐승처럼 선홍이 우네 여름에 찢겨 산발한 곡비처럼
손톱을 물어뜯어 피가 고였지 라솔솔미 라솔솔미, 검은등뻐꾸기 적막에 엎드려 우는 비애의 통점을 파먹었지 두드러기의 나날, 가려워 피나도록 긁어 대다가 까무룩 숨 놓아도 좋을 허공에 안기고 보니 시푸른 물의 맨살, 반짇고리에 감춰 둔 실타래 꺼내 불긋불긋 풀어놓으면
그늘은 우묵하지 대낮을 수납하기에 안성맞춤이지 쓰르라미의 이력 싸잡아 들여놓으려 품을 맘껏 늘여 보는데 불현듯 쏟아지는 저 생리혈, 그늘은 붉은 맛을 완성하지
꽃은 피일까 피가 꽃인 것처럼
배롱꽃 그리움으로 사르는 허공 외발로 걸어 헐은 곳마다 피딱지 익는 백일은 오지 오고야 말지 절정의 막고굴 저 환한 폐허로부터
시집 『꽃의 복화술』(천년의시작, 2014) 중에서
이정원 시인 / 새의 게르
새들의 처소에선 유목의 냄새가 난다 가림막 치워진 겨울이면 안다 높다란 공중의 저 건축공법, 바람모지 몽골초원의 게르를 닮았다
그 유목의 처소엔 별들이 쏟아져 나뒹군다는데 허공에 엉덩방아 찧는 별들 불러들이려고 가지 끝 벼랑 위에 집을 두는가
허공엔 빗장이 없으므로 별들도 무시로 들락거리는 저 누옥
둥지에 엉덩이 붙인 별들 잠 뒤척일 때 새들은 부리로 마두금을 켜 다독여 재운다 밤새 엄동의 발굽 야생마처럼 설쳐도 새벽녘이면 볼 수 있다 별들의 부화를 깃털 달고 사라지는 짧은 극명을
어떤 난생은 별들과 한 종족일지도 모른다
모든 발자국에는 유전의 법칙 징 박혀 있어 저 유목의 보행법 따라가 보면 고단한 것들의 생 점치는 점성술에 닿을 것도 같다
별과의 내통을 위해 새들은 오늘도 뼛속 텅 비우고 제 처소를 공중에 매다는가
허공에 기대어 꿈꾸는 저 게르
계간 『시와 표현』 2012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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