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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연 시인 / 외전 6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8.

허연 시인 / 외전 6

 

 

죽었다 살았다 하는 깜박이는 보안등 아래서 얼굴 반쪽이 있다가 없기를 반복 한다. 이별처럼 선한 방식이 있다니. 나는 오늘 감사하다. 너를 영원히 알 수 없었으니 또 감사하다. 층간소음처럼 지겨운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사랑은 식어간다. 무엇인가를 위해서 울지는 않았다. 오직 남겨질 나를 생각했고

 

내가 식어가기를 기다렸다. 보안등 아래서. 몇 개의 맹세와 몇 개의 수식과 복잡한 네거리를 통째로 식히고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문처럼 흔들리고 있다.

 

식었으니 편안하다.

 

웹진 『시인광장』 2016년 6월호 발표

 


 

허연 시인

1991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가 있음. 현대문학상, 시작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