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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시인 / 시계
누가 이 탁자를 흔들어 물이 되게 해주세요. 단단하고 따뜻한 물이 되게 해주세요. 그러면 나는 알몸으로 물에 들어가 탁자에 엎드려 잠든 얼굴들을 볼게요.
반쯤 물에 잠긴 얼굴들을 볼게요. 탁자 속으로 파묻히는 얼굴을 그러니까 물밑에 누워 물밑을 바라보는 얼굴을 하나하나 올려다볼게요. 물을 더 단단하게 조립할게요.
탁자에 엎드려 잠든 얼굴들이 탁자 속을 보고 있도록 물에 잠긴 얼굴들이 영원히 물밑을 내려다보도록 물을 조립할게요.
살구꽃을 조립할게요 탁자에 쌓인 꽃이 탁자와 멀어지지 않도록 탁자 이쪽에서 저쪽으로 떠밀리지 않도록 물과 얼굴과 철판과 살구꽃 따위를
나는 탁자 밑에 누워 탁자 밑에 가라앉은 철판을 봐요. 나는 철판에서 스스로를 복제한 국가 나는 또 탁자 밑에 누워 잠든 얼굴들을 봐요. 탁자 위에 엎드려 잠든 얼굴을 물에 반쯤 잠긴 시계들을 올려다봐요.
탁자 밑에 누워 따뜻한 시계를 하나하나 조립해요.
웹진 『시인광장』 2016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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