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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종훈 시인 / 남산 위 자물쇠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8.

김종훈 시인 / 남산 위 자물쇠

 

 

겨울 산과 봄 냇물

체크무늬 남방과 복숭아 향 샴푸

포옹과 입맞춤

노을 빛 공원과 밤의 전망대를 잇는

난간에 걸린 자물통의 행렬들

싸움과 포기

‘헤어져’와 묵묵부답

팔각정 마당 비둘기만큼 많이

남산타워만큼 까마득히

연인들이 채우는 이 순간과 관리인이 끄를 저 순간을

포갠 남산 위 자물통

중국의 태산에도 있다는 연인들의 습관

세상 어디에도 있을

라운드 티로 갈아입어도

라벤더 향 샴푸로 바꾸어도

양탄자 무늬 속 홍보석 같이

먼지로 뒤덮인 시간을 터는

순간의 영원을 기원하는

사랑의 형식

사랑의 징표로 남은 남산 위 자물쇠

남산 위 저 소나무 대신 남산 위 자물쇠

체크무늬 남방을 꺼내 입어도

복숭아 향 샴푸로 다시 감아도

누가 풀어도 풀리지 않을

누가 잘라도 잘리지 않을

사랑의 바깥을 잠근

은빛 쇠뭉치

 

웹진 『시인광장』 2019년 5월호 발표

 

 


 

김종훈 시인

2006년 《창작과 비평》으로 평론,  2013년 《서정시학》으로 시 등단.  저서로는 『한국 근대 서정시의 기원과 형성』, 『미래의 서정에게』, 『정밀한 시 읽기』 등이 있음. 젊은평론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