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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주 시인 / 혼자 울지 마라
하늘아래 어떤 슬픔도 온전히 한 존재의 몫으로 주어진 것은 없다
먼 단풍도 홀로 붉지 않는다
한 바람이 서늘한 능선의 가슴을 쓸면 마침내 모든 나무가 서로에게 물들어
가난한 영혼의 연대가 온 산에 붉다
들꽃을 바라볼 때 꽃의 귀는 너를 듣는다
홀로 슬퍼 자기를 연민할 때도 꽃은 피고 사랑은 간다
한 마음 괴롭히는 그 까닭으로 모든 영혼이 운다
우리는 모두 물들어간다 혼자 울지 마라
월간 『시인동네』 2018년 5월호 발표
정용주 시인 / 새벽 눈(雪)
왼손잽이 아버지 평생을 갈아 그믐달로 패인 먹빛 숫돌
풀숲에 기울어진 빈배
이승에 가난했던 내 아버지 먼 나라에서 벌써 일어나
얼음 숫돌 낫을 가시는가 어둠 이편 아들 나라에
스륵스륵 빛가루내린다
월간 『문예중앙』 2017년 3월호 발표
정용주 시인 / 접목(椄木)
사선으로 단칼이 지나간다. 머리를 부정하는 몸과 뿌리를 지워버린 기억 허공에 맞댄다.
선혈 낭자한 실핏줄 친친 동여맨다.
굴욕의 문서를 찢고 새롭게 태어나라.
반의 세계는 서서히 죽어간다.
부정을 부정하기 위해 온 힘으로 결합하는 두 개의 부정
뱀에서 악어가 태어나고 양에서 늑대가 생겨난다
나는 매일 죽으며 변종이 되어간다.
월간 『시인동네』 2016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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