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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시인 / 이승잠
미음 몇 술 뜨고 진통제를 삼킨 엄마 금세 잠에 떨어진다 어둠을 밝은 데로 끌어내려는 듯 입을 벌린 채 잠이 들었다
벌어진 목구멍으로 매화가 피어났다 아, 아, 바람 한 점 없는 암병동 침상에서 홀로 한 꽃 떨어지고 한 꽃 터진다
가슴팍 두 개의 낡은 창고엔 여든 여섯 갈피의 봄이, 여든 여섯 굽이의 매화숲이 살고 있었는가 덜겅대는 문짝 찐득찐득한 그리움을 밀고 돌아오는 매화, 돌아가는 매화 사랫길 아득하다
조심조심 허물어지는 저 노동의 담장 먼지의 고집을 닮은 엄마의 창고는 전부가 사랑이었다 첫사랑을 오래 연습해온 모양 산그늘에 풀거미에 새벽달에게 혼자 젖물리던 날들 창고 속 그렁그렁한 눈물로 서성인다
헝겊주머니가 된 창고, 이승잠 속에서 하루하루 고요하다 환해라, 일곱 남매 악착같이 빨아댄 젖망울을 투정 많은 세상에 아직 물리고 싶은 걸까 창가에 매화 날린다
발톱 서너 개 시꺼멓게 죽어버린 발 빨간 꽃무늬 양말이 뜨겁다
웹진 『시인광장』 2016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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